The 21st Seoul Independent Animation Festival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59월 18일(목) ~ 9월 23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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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5-10-14 | 조회 : 1208 | 추천 : 0 [전체 : 580 건] [현재 1 / 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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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 “Carpe Diem.” [ 지나가는 것 ]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만들기란 어렵다. 그러나 [지나가는 것]은 우리가 모두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을 담담하게 이야기로 펼쳐 보인다.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면서도 행복하기만 한 결말로 풀어가지 않는 이 작품은 무척이나 정제된 세계를 비춘다.

 작품은 주인공이 어릴 적 친했던 친구를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시작된다. 주인공은 어릴 적, 둘이서 소중하게 틴케이스에 정리해 둔 물건들, 남몰래 나눴던 비밀, 둘만의 세상 등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한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둘만의 세상은 새로운 반, 새 친구,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걸음과 함께 자연스레 끝이 난다. 오래된 기억을 곱씹어본 주인공은 옛 친구에게 말을 거는 제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끝내 말을 걸지 않는다. 전부 지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관계가 결국 '지나가는 것'임을 쓸쓸히 인정하는 순간, 관객 역시 과거를 조용히 떠나보내는 깊은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세련되고 깔끔한 아트 스타일은 이 강렬하지 않은 감정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설정들의 상징성이 탁월하다. 우선 제목에 걸맞게 장소를 지하철역으로 설정한 것부터 재미있다. 몇 분 간격으로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보내는 이곳은, 잠시 조우했다가 다시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 주인공과 옛 친구의 일시적인 인연과 이별을 상징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또 비스킷 상자가 반짇고리로 쓰인다는 친숙한 설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반전을 선사한다. 그런 비스킷 상자 안에 두 친구는 반짝거리고 소중한 추억들을 채워 넣는다. 꿈을 채워 넣은 비스킷 상자가 행복한 추억의 무대가 되는 레이아웃 또한 눈이 즐겁다. 뿐만 아니라 인물, 특히 ‘타인’을 이용해 인물 간의 거리감을 형성하는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새로운 친구나 지하철역에서 둘 사이를 가로막는 사람들은 단순히 배경에 머무는 인물들이 아닌, 가까웠던 두 사람을 가로막는 물리적 '벽'으로서 존재한다. 이는 친구 관계 역시 수많은 인연 중 하나이며, 거리감은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사운드 또한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너무 무겁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사운드는 강약을 조절해 가며 특유의 쓸쓸함을 살린다. 중요한 감정의 전환점에서는 묵음 처리를 활용하여 장면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주변 환경의 소리까지 잘 어울리는 사운드의 흐름은 작품의 담담한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작품의 메시지, 그것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지나가는 관계는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말고 흘려보내라’라는 현실적인 메시지다. 현실에서는 지나갔던 관계를 다시 이어가려고 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이야기만 반복하게 되거나, 끝내 다시 비슷한 이유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한층 더 깊이 들어가 보면 “Carpe Diem.”이라는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바로 그 문장, “현재를 즐겨라!”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이 소중한 이유는 그 순간을 충실히 즐겼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옛 친구와 함께하지 않는 지금의 현재 또한 인생을 살아가며 자연스레 지나가게 될 소중한 순간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상엔 수많은 ‘지나가는 것’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윽고 지나가는 것을 지나가게 두는 게 나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복잡하고도 특별한 감정을 담아낸 [지나가는 것]이라는 작품은, 많은 것을 떠나보낸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자 앞으로 나아갈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글 관객심사단 탁꽃별


사무국님이 2025-10-14 오전 10:04: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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