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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5-10-13 | 조회 : 1329 | 추천 : 0 [전체 : 580 건] [현재 1 / 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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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 포:자 — 스며드는 사랑의 단위

[포자러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생(寄生)’의 이야기를 뒤집어, 사랑의 목소리로 번역해 낸다. 곤충에 서서히 잠식하며 몸을 뚫고 자라나는 동충하초의 이미지 속에서, 이 작품은 파괴가 아니라 갈망을, 가해가 아니라 기다림을 보여준다. 포자의 입은 원망을 말하면서도, 그 원망마저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작품은 사랑을 근사하게 꾸미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낸다.

 


처음 볼 때는 ‘동충하초’라는 맥락을 알지 못했다. 화면에 스며드는 색과 낯선 소리, 그리고 불안하게 전환되는 장면들을 단순히 감각적인 실험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동충하초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내레이션이 전하는 문장이 새롭게 다가왔다. 뿌리를 내리고, 완벽한 장소를 찾아, 마침내 만날 준비를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았다. 곤충의 몸속에 스며드는 포자의 여정을, 그리고 그 과정을 사랑에 빗댄 은유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은 외부와 내부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처음의 디지털적 단정함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 같았다. 하지만 곧 포자의 목소리에 가까워지면서 화면은 회화적이고 유기적으로 바뀌고, 화려한 기하학적 표현이 번져 나간다. 단정한 바깥의 시선과, 안으로 스며드는 내부의 시선이 맞부딪히며 사랑이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보여준다.

 

포자와 숙주가 마주하는 순간의 화면 전환은 충돌처럼 보이지만, 곧 뒤섞여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파괴의 장면이 아니라,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이다. 낯설고 기괴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는, ‘사랑의 모습’이었다.

 


소리는 이 장면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다. 포자와 같은 작은 낯선 울림들이 귀를 타고 몸속에까지 스며들며, 관객을 포자의 내부로 끌어들인다. 사운드는 단순히 배경에 놓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소리처럼 작동하며, 시각과 청각이 겹쳐지는 체험을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포자는 다시 개미와 마주한다. 첫 장면과 이어지는 이 구조는 동충하초의 생태를 닮았다. 숙주를 사멸시키고 다시 스며드는 순환. 그것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과정이다. 아무도 모르게 스며들어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힘, 그것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이다.

 

글 관객심사단 박연수

 

사무국님이 2025-10-13 오전 11:42: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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