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도 외로움을 느낄까요?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식사에 얼마만큼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
[식사]는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어린 바퀴벌레가 독거노인의 집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바퀴벌레는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며 노인의 집에서 몰래 먹이를 구해 하수구 속으로 떨어뜨린다. 마치 그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그러나 먹이는 동료들에게 닿지 못하고, 지쳐가던 바퀴벌레는 점점 노인과 자신이 같은 외로움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품은 자칫 혐오감을 불러올 수 있는 바퀴벌레라는 소재를 그리움과 연민의 감정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혐오의 대상이었던 존재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하나의 생명으로 보이게 되는 순간, 우리는 ‘식사’라는 행위 속에 숨어 있는 온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밥 한번 먹자”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누군가와 하루의 한 부분을 나누며 이야기와 시간을 공유하는 친숙한 순간이다. 그 말속에는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 서먹해진 거리를 좁히고 싶은 의도 혹은 단순히 함께 있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다. 식탁 위의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그러나 작품 속 식사는 사람들 사이뿐 아니라 전혀 다른 존재들 사이에서도 이루어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존재조차도 단지 함께 밥을 먹는 행위만으로 서로가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작품은 이렇게 식사를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외로움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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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매력은 단지 캐릭터의 연기와 설정만이 아니다. 외로움이 고요하지만 깊게 파고드는 감정인 것처럼, ‘식사’ 역시도 조용히 우리의 마음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숨소리,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전화 통화음… 너무나도 평범하고 익숙한 소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외로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이 남기는 슬픔이 어떤 감정인지 느끼게 된다. 이렇게 일상 속 작은 소리들이 쌓여 만들어내는 정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무게를 지닌다.
함께 나누는 한 끼가 때로는 말보다 깊은 위로가 되고,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온기가 외로움을 녹이는 힘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조심스레 전해본다.
“밥 한번 먹자.”
그 작은 말 속에 담긴 진심이 오늘도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글 관객심사단 정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