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21st Seoul Independent Animation Festival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59월 18일(목) ~ 9월 23일(화)

웹데일리

인디애니페스트게시판
  등록일 : 2024-11-06 | 조회 : 2882 | 추천 : 0 [전체 : 580 건] [현재 5 / 1 쪽]
이름
사무국
제목
[리뷰5] 모호한 공기를 타고

 

인형 같은 남자와 그를 꽃처럼 가꾸는 여자, 수상스러운 그들의 관계를 조용히 들여다본다. 눈을 감고 조신하게 앉아 있는 남자는 마치 순간에 멈춰 버린 듯, 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손톱도 깎아 주고, 목욕도 해주며, 그를 애절하게 돌보는 듯하다. “사랑해.“ 띵•띵•띵• 공허한 종소리와 함께 공중을 떠도는 여자의 한마디. 멈춰버린 공기를 깨고, 죽은 듯 욕조에 누워있던 남자는 벌떡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자리에 조신하게 앉는다. 그런 남자를 여자는 덤덤히 따라가, 그를 다시 가꾸고자 한다. 완벽한 나의 남자에게 털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정하고 속이 텅 빈 그들의 관계를 가벼운 선과 채색, 그리고 공허한 종소리 효과를 이용해 독특한 분위기로 연출한다. 고요한 공기의 흐름을 이따금 뚝 끊어 빠른 동작으로 변주를 주고, 이는 코믹한 효과가 되어 극을 흥미롭게 한다. 게다가 남자의 덩치에 반절밖에 되지 않는 여자가 남자를 공주님처럼 번쩍 안아 올리기도 하고, 여자에게 뜯겨 버린 수염에 눈물지으며, ”힝!“앓는 가여운 남자의 모습에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상대의 외모에 대한 집착을 무섭지 않은 방법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들의 관계가 연인이라 감히 짐작하지만, 이상적인 연애의 모습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겠다. 연인이 아니라면 의아하면서도 그들의 관계가 더욱 궁금해진다. 

 


 

결국 자신에게 집착하는 여자를 뿌리치는 남자. 극의 시작에서 보이던 남자의 모습과 다르게 그는 생각보다 자기 의견이 확실하다.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절규가 가득한 고함을 외치며, 발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달려 집을 떠나버린다. 그는 여자에게 그 어떤 미련도 없어 보인다. 반면 여자는 두 눈이 돈 듯, 도망가는 남자를 쫓아간다. 눈물을 글썽이며 짧은 다리로 애써 달려보지만, 그에게 손끝 하나도 닿을 수 없다. 이런 우스운 모습에 베토벤 소나타 8번이 깔리며, 코믹함이 한층 더 두터워진다.

독창적인 웃음 코드를 가진 [가여운 남자]는 이름에서부터 웃음이 지어진다. 가엽다. 실제로 자주 쓰진 않는 이 단어에 호기심이 생긴다. 가여운 남자는 왜 가여운지 궁금증이 생긴다. 극을 보면서도 왜 가여운지 이유를 찾게 되어 극을 즐기게 된다. 또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코믹 요소와 반대되는, 서정적이고 귀여운 화풍의 조합은 이 극의 복합적인 요소가 되어 즐거움을 만들어 낸다.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즐기기 좋은 극은 그만큼 막대한 장점을 가진다. [가여운 남자]는 그 장점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필요로 하는 미디어가 뒷전으로 밀리는 이 시대에, [가여운 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소비하기에 어렵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개인적으로 이 극이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연재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여운 남자와 집착하는 여자의 사이가 궁금하기도 하고, 이 특별한 유머가 두뇌를 콕콕 찌르는 듯한 자극에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웃음 코드에 반응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라 짐작한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작은 미련과 소망을 담아 이 글을 마무리한다.


글 관객심사단 박민정

사무국님이 2024-11-06 오전 11:26: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댓글
이름 : 비밀번호 :

다음글
[리뷰6] 사랑에 의한 죽음
이전글
[리뷰4] 증명해야만 확신할 수 있을까, [Testim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