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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새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삐딱한 네모 인간 베가는 안으로 봐도 밖으로 봐도 확실히 이방인이다. 새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한편 그것에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는 그 쓸쓸한 모습에는 일종의 허무와 우울마저 느껴진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고라니 아이돌의 강렬한 인상. 어쩌면 그는 그 순간 이렇게 되뇌었을 지도 모른다.‘뜨거운 것이 좋아!’차갑기만 했던 베가의 삶에 있어서 그렇게 고라니 아이돌은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된다.
베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이 겹쳐 보인다. 현실 속 인간에게 흥미를 못 느끼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상으로 만들어내고 그것과 사랑에 빠진다. 조각상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슬퍼하면서도 피그말리온은 계속해서 그것에 사랑을 퍼붓는다. 그 정성에 감복한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을 인간 갈라테아로 만들어주고 피그말리온은 그런 갈라테아와 결혼하여 부부가 된다. 이렇듯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현실과 이상 간의 간극이 초월적 존재에 의한 판타지의 현실화를 통해 봉합되면서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닿을 수 없는 대상인 고라니 아이돌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베가는 오늘날의 피그말리온이다. 그렇지만 로망을 실현해 줄 아프로디테 여신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베가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간다. 수많은 이미지와 영상들을 동원한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베가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메꿔내지 못한다. 결국 그는 실현치 못할 판타지를 품은 채로 비둘기와 가정을 꾸리는 애매모호한 줄타기를 벌이게 되고, 현실과 이상 간의 이러한 불편한 동거는 베가에 의한 고라니의 로드킬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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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pstar Water Deer and I]는 러닝타임 내내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세계는 철저히 오늘날 현실의 논리를 따른다는 점에서 참으로 흥미롭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 대한 감독 이상화의 예리한 통찰에 기인한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구현된 판타지를 무수히 생산해내는 지금 시대는 이상이 사실화된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고라니 아이돌을 숭배하는 베가라는 인물은 오늘날의 기술 문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인간 군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수많은 패러디가 난무하는 본 작품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한 패러디도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대목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베가와 같은 이들에게 현실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고라니 아이돌처럼 강렬한 매력을 지닌 이 작품이 그 매력으로 인해 되려 수많은‘신세기 피그말리온’을 탄생시켰다는 점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가지는 기가 막힌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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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pstar Water Deer and I]에서 이상화는 자신이 패러디한 작품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오늘날 세상에 범람하는 피그말리온들을 위해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전혀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그는 고라니가 이별을 고하는 순간 역으로 베가가 얼마나 맹렬하게 달려들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철저히 고라니 아이돌과 베가에 대하여 주목할 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오늘날 수없이 존재하는 베가와 같은 인간군상을, 그들을 현실과 괴리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 강렬한 무언가를,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지금 시대의 모습을 명료하게 포착해낼 수 있었다. 이렇듯 [The Popstar Water Deer and I]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대를 바라보는 예술가의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관객심사단 권성현